태그: M&A

Spotify의 Echo Nest 인수를 통해 보는 추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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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인 “Pandora Radio를 통해 보는 추천의 가치“에서 언급한대로, 스크린과 입력의 제한이 뚜렷한 모바일 환경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천 기능의 가치는 중요하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Spotify가 음악 빅데이터 분야의 1위 스타트업인 Echo Nest를 인수했을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인수 금액이었습니다. 추천 기능 자체가 서비스의 핵심인 판도라 라디오의 시장 가치는 6조원이고, 강력한 추천 기능이 컨텐츠 소비의 75%를 만들어낸다는 넷플릭스의 시장 가치는 무려 26조원에 달합니다. Echo Nest는 Spotify 뿐 아니라 iHeartRadio, Rdio 등 Pandora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명 음악서비스에 API 형태로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거의 독점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므로, 올해 IPO를 앞두고 이미 4조원의 valuation에 2천 500억원을 작년 말 펀딩받고 올해 초 2천억원을 대출받은 Spotify가 현금과 주식을 섞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루머 형태로 언론에 보도된 Echo Nest의 인수가격은 대략 천 억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는 작년 초 런칭한지 한달만에 Dropbox에 인수된 Mailbox의 인수가격과 같으며, Echo Nest가 ’12년 Series D에서 모집한 금액인 약 180억원을 10% 정도의 지분으로 추정한다면 사실상 down-valuation (펀딩 당시 valuation보다 인수 가격이 낮은)에 해당합니다. 비록 고객 기반과 브랜드가 약하고 성장성이 높지 않은 B2B 스타트업의 인수 가격이 대체로 B2C보다 낮게 형성되는 편이지만, 역사적인 왓츠앱 20조 인수 직후라 더욱 대비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Spotify는 인수 후에도 경쟁 서비스들에 제공하는 API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으나, 인수 직후 Rdio가 Echo Nest의 추천 API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iHeartRadio 등의 다른 경쟁 서비스들도 추천 API를 계속 이용은 할 수 있지만 고객의 서비스 이용 정보가 전부 경쟁사로 흘러들어가는 격이므로 내부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Spotify에게는 상당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습니다. 수백, 수천만 곡의 컨텐츠를 분류해 metadata를 달아놓고, 역시 수백, 수천만의 유저 유형 역시 분석해야 하는 추천 기능은 알고리즘 자체의 우수함을 떠나 일단 구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판도라의 경우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초기 추천 엔진을 개발하는데만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며, 넷플릭스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게 수억원의 상금을 걸고 추천 엔진 고도화 컨테스트를 여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판도라 급의 컨텐츠 추천 엔진을 구현하려면 정말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그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정설이라 거의 계륵과도 같은데, 이러한 문제를 Echo Nest가 신뢰할만한 추천 서비스로 풀어주고 있었던 구도였습니다. 경쟁업체도 사실상 없어서, Rdio 등의 경쟁서비스들은 이제 자체적으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합니다.

iTunes Radio의 폭발적인 성장과 Beats Music이 등장하고 삼성마저 Slacker와 손잡고 자체 음악서비스를 내놓는 무한 경쟁 구도에 Spotify의 Echo Nest 인수는 전략적으로 상당히 잘한 deal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동의 1위는 Pandora이나, 작년 한 해 Spotify와 iTunes Radio의 가입자 성장이 Pandora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Spotify는 Echo Nest 인수 뿐 아니라 기존 정액제 위주의 가격 정책에 무료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는데, 모바일에 이어 자동차 app 시장이 본격화되어 음악서비스들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이 시점에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image source: http://musicacomplexa.zz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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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왜 9조원을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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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상징적인 존재인 HP가 영국 소프트웨어 회사 Autonomy를 ’11년 10월 무려 11조원에 인수한지 겨우 1년만에 9조원을 상각했습니다. 인수 당시 11조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1년동안 그 중 9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는 것입니다.

HP 경영진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9조원 중 5조원은 Autonomy가 회계장부를 조작해서 인수가격을 부풀렸기 때문에 생긴 상각이라고 주장하였으며, Autonomy의 전 CEO Mike Lynch가 왜 5조원인지 증명하지도 못하면서 허튼 누명을 씌우지 말라고 반박하여 법정 공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딜을 추진한 HP의 전 CEO Leo Apotheker는 SAP 출신으로, 하드웨어 사업을 완전히 버리고 소프트웨어 위주의 사업으로 거듭난 IBM의 transformation 방식을 HP에도 적용하기 위해 HP의 주력이었던 PC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Autonomy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변화를 추진한 까닭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교체되었으며, ebay 출신의 새 CEO Meg Whitman은 PC 사업 철수를 번복하고 프린터 사업부와 합쳐 turnaround를 꾀하였으나,  Autonomy 인수는 중단하지 않고 마무리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Oracle과 Dell도 Autonomy 인수를 고려하였으나 HP의 인수 가격인 11조원에 크게 못미치는 6조를 제시했음에도 “Over-priced” 되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HP 경영진의 판단 착오를 여실히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Autonomy의 연 순이익은 2천 5백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11조원을 회수하려면 미래가치로 환산하지 않아도 44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인수합병의 근본적인 목적이 시너지 창출을 통한 1+1=3이라고 해도 정당화하기 힘든 계산입니다.

HP는 결코 M&A 경험이 부족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여태까지 인수합병에만 무려 35조원 이상을 퍼부었고, 상당수 1조원 이상의 대형 deal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부적인 M&A 역량이 충분했고 PMI (Post-merger Integration, 인수합병 후 통합) 경험도 많았으리라 예상됩니다. 특히 이미 2001년 Compaq을 25조원에 인수한 경험이 있어, 이러한 대형 deal의 후속 처리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되어있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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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History of HP, Source: http://blog.softwareadvice.com/articles/enterprise/hp-mergers-acquisitions-who-is-next-1031401/)

하지만, 위와 같이 수많은 회사들을 인수했으나 회사를 보는 눈이나 통합하는 능력은 늘지 않은 것 같습니다. 9조원을 상각한 지 불과 3개월 전, 지난 8월에는 2008년에 14조원을 들여 인수한 EDS에 대해 역시 8조원을 상각한 바 있습니다. Palm 인수를 통한 모바일 시장 진입은 실패했고, 3par 인수는 살 생각이 애초에 없이 가격만 높이러 비딩했던 Dell에 속아 비싸게 주고 샀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번 Autonomy 인수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합니다. 애초에 너무 높은 가격으로 샀고, 설령 Target이 회계장부를 속였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대규모 상장사의 financial due diligence가 이렇게 허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인수자의 책임이며, Autonomy 경영진 retention에 실패했기 떄문이기도 합니다. Investment bank에 너무 의존하여 인수 가격이 비싸졌다는 추측과, HP가 자랑하는 “HP Way”가 Autonomy사에 맞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전략과 deal이 따로 놀았다는 점입니다. 높은 인수 가격은 향후 Autonomy에 회사의 resource를 집중하여 주력 비즈니스로 성장시킨다는 가정에 의한 것이었는데, transformation을 중단하고 PC사업을 유지하면서 Autonomy에 resource를 투입할 유인이 사라졌습니다. 새 CEO가 취임하면서 전략을 수정하였으면 새 전략에 맞지 않는 deal은 중단했거나 Valuation에 대한 가정사항이 바뀌었기 때문에 최소한 인수 가격이라도 낮추었어야 하나 그대로 추진하면서 이미 실패가 예견되었던 것입니다.

영업권 상각을 바로 M&A의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기존 중심 인력들이 퇴사하고 HP로부터 전폭적인 투자도 받지 못하는 Autonomy가 상각된 가치를 복구하고 성공적인 M&A 케이스로 기록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매출이 120조원에 달하는, M&A를 위한 resource와 경험이 모두 풍부한 공룡 HP도 이렇게 고전하는 것을 보면 ‘성공적인’ M&A deal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Start-up M&A

엔써즈가 KT에, 틱톡이 SK플래닛에, 올라웍스가 인텔에 차례로 인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수면 아래에서 많은 Deal들이 준비중입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M&A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창업자들 입장에서도, VC들도 반길 일입니다. 언젠가는 인스타그램처럼 1조원에 인수되는 케이스도 나올지도 모릅니다. 좋은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등장할 유인이 됩니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스타트업 M&A는 어렵습니다. 100억을 주고 산 회사의 가치가 정말 100억 이상일까요? 그 가치가 일찍 증명이 되어서 문책을 면할 수 있을까요? 인력이 탐나서 산건데 돈 같은거 필요 없다고 일찍 나가버리지는 않을까요? 인수 의도대로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혹시나 실사할때 못챙긴건 없을까요? 밸류에이션이 정말 제대로 된 걸까요?

아직 웹/모바일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해 성공한 사례가 한국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보니, 아직 대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 M&A는 상당히 Risky한 의사결정 중 하나입니다. 차라리 그 돈을 기존 사업에 투자하는게 ROI가 더 높을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웬만한 초기 스타트업 Valuation도 몇십억 수준이니 실제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회사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100억 원 이상이고,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100억을 쓰는 건 큰 의사결정입니다.

이러한 의사결정이 대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실무자-팀장-본부장-부사장급-사장까지 최소 4번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입장과 관점과 내공이 모두 다른 각 레벨을 각개격파해 돌파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인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재무 부서나, 다른 프로젝트에도 리소스 분배를 해야 하는 기획부서나, 혹은 내부적으로 M&A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의 태클도 복병이 되곤 합니다. 해외 M&A의 경우 규제 이슈도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국내 외환법도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 간 Big Deal의 경우 Investment Bank와 Law Firm에 비싼 돈을 주고 Execution을 시킬 수 있지만, 100~1000억 단위의 애매한 스타트업 딜은 이런 기능을 전부 내부에서 소화해야 합니다. 실제 Deal 경험이 많은 Deal 전문가와 회계사, 변호사 혹은 그에 준하는 법률/회계 전문가가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이런 회사가 흔치 않습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합병 후 통합)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인수합병이 활발한 미국보다 한국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업문화 차이가 체감상 더 큰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DNA의 외부인력을 비싼값을 치르고 데려오는거니 활용은 해야겠는데, 시스템에 잘 녹아들지, 기존 직원들의 반발은 없을지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대기업간 M&A와는 양상이 다르기때문에 더욱 자신이 없습니다.

포털이나 게임회사들이 동종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입니다. 얻고자 하는 Value가 명확하니 액수로 환산하기도 쉽고, 내부 승인을 받는 것도 일반 대기업이 겪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럽습니다.

결국 대기업 M&A를 통한 Exit을 위해서는 투자 받을때의 Pitch보다 더욱 탄탄한 Storyline이 필요합니다. ‘차별화’, ‘기술력’, ‘해외진출’ 등의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핵심 키워드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3개사 모두 우월한 기술력이 핵심이며, 해당 기술이 국경의 제약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특별한 기술적 요소 없이 순수하게 트래픽만 많은 서비스의 경우 대기업에 인수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Value가 없어서가 아니라, 트래픽이 많으므로 Valuation은 높은데 그 Valuation을 정당화해서 내부 설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야, 그거 우리도 만들 수 있잖아’라고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Small Deal이 많이 일어나서 대기업의 학습효과도 높아지고, ‘대박’이 아니더라도 준수한 Exit이 가능해졌으면 합니다. 통상 M&A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이후 Late Stage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경우 오히려 가격이 비싸져 내부 설득이 어렵고 인수 후에도 내부의 기대가 지나치게 커서 망가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차라리 Early Stage의 회사를 여러 개 인수하여 Portfolio처럼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소 경직된 대기업 문화와 업무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신규사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지난 십수년간 내부에서 만들어서 성공시킨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될성부른 떡잎을 사서 빠르게 성장시키는 신규사업 Generation의 형태가 한국에서도 일반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