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Game War

최근 소셜 게임, 모바일 게임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Facebook, Twitter 덕분에 Zynga같은 거대 게임기업이 탄생했고, 모바일 앱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있던 개인/인디 개발사가 Angry Bird 같은 대박을 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더이상 아무도 구닥다리 TV에 연결된 콘솔게임 따위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Wii에 이은 Kinect의 반짝 성공이 있었지만 이는 콘솔게임 전반의 성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었습니다. 게이머들이 모두 아이폰을 붙들고 있는 가운데 닌텐도가 추락하고 소니가 흔들리는 등 콘솔 게임은 철저히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영역으로 줄어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다시 TV에서의 게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3D TV에 이어 스마트 TV라는 마케팅 화두로 TV 가격을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유래없이 플랫폼 영역까지 넘보는 TV 제조사들에 의해 ‘Cloud Gaming’ 경쟁이 촉발된 것입니다. Cloud Gaming은 이미 오래전에 Onlive에 의해 소개되어 별로 새롭지 않은 개념이나, PC보다 TV에 더 잘 맞는 듯 합니다. 무선보다 안정적인 유선망에 연결되어있고, PC처럼 유저가 해킹/조작할 가능성도 적으며, 모델을 다양하게 출시해도 동일한 퀄리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팔고나서도 아이튠즈나 앱스토어같은 서비스로 계속 수익을 챙기는 애플처럼 되고싶어하는 모든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게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TV 시대가 열렸지만, 제조사들이 컨텐츠/서비스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직 TV 앱 생태계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삼성과 소니는 직접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VOD로 돈벌기는 생각보다 정말 어렵습니다. 토렌트와 유튜브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은 돈을 지불하고 VOD를 보려하지 않거든요. 반면 게임은 이미 모바일에서도 검증되었다시피 사용자들이 돈을 내는데 대한 거부감이 가장 덜하며, 부분유료화도 가능하므로 모든 디지털 컨텐츠 중에서 수익을 내기 가장 쉽습니다

그래서 삼성은 Gaikai와 손을 잡았고, LG는 Onlive와 제휴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스마트TV에 주는 또다른 의미는 바로, 매우 저조한 ‘활성화율 (Activation Rate)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삼성과 LG가 이제 스마트TV만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당연히 스마트TV 보급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걸 실제로 인터넷에 연결해서 쓰는 사람들의 비율은 극히 저조합니다. 아직 제공되는 서비스의 매력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인터넷 선을 연결하고 Configuration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인데, 게임을 즐기는 층은 아무래도 이런 과정을 덜 힘들어할 터이니 게임을 미끼로 스마트TV 활성화가 가속화될 것을 기대할 수 있죠.

스마트TV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게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게임콘솔을 판매하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닌텐도입니다.  가뜩이나 Light User들을 모바일에 빼앗겨서 비상인데, 아예 콘솔 차기작이 팔리지 않을 수도 있게 된거죠.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PS3나 XBOX는 게임 용도 뿐 아니라, 블루레이 디스크로 영화를 보고, 온라인 VOD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가정 내 ‘Media Center’로 많이 쓰였는데, 이런 일련의 기능들을 스마트TV가 고스란히 흡수하게 된겁니다.

그래서 소니가 Gaikai를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Onlive 인수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아예 콘솔을 내놓지 않고 클라우드에서 자사의 게임들을 제공할 수도 있게 된거죠. 물론 아직 클라우드 게임의 퍼포먼스가 게임 콘솔을 따라가려면 멀었기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차기작은 클라우드가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Hybrid로 갈 가능성이 높죠. 콘솔에서는 하드코어 게임, 스마트TV나 케이블 STB에 플레이스테이션 앱을 탑재해 상대적으로 캐주얼 게임을 제공한다던지.

가장 먼저 클라우드 게임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백만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선두주자 Onlive는 단순히 인수되기만을 기다릴 모양은 아닌 것 같습니다. Vizio와 손을 잡고 $99짜리 저렴한 Google TV/Onlive 셋탑박스를 출시했습니다. 사실상 Onlive용 콘솔을 내놓은 것이죠. 그것도 경쟁자 대비 저렴한 가격에. 귀찮게 PC를 TV에 연결해서 Onlive 게임을 하던 기존 사용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Offer입니다.

이미 큰 화제가 되고 있고,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되는 Ouya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크호스입니다. 저렴한 가격의($99) 안드로이드 기반 게임콘솔을 내놓겠다는 이 스타트업은 VC가 아니라 Kickstarter를 통해 5백만불 이상의 큰 투자금을 모은걸로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모든 게임을 무료 또는 부분유료화로 내놓겠다고 해서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고, 최대한의 자유도를 보장한다고 하여 개발자들의 마음을 사고 있죠. 모바일 게임 붐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인디 개발사들이 3.5인치 좁은 화면에서 벗어나 TV 게임으로 몰려든다면 생각보다 이 Ouya가 미치는 파장이 클지도 모릅니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간 구축한 게임 개발 생태계는 폐쇄적이고 자사 중심적이었거든요. 여전히 하드코어 대작은 양사에서 나오겠지만, 훨씬 고객층이 많은 캐주얼/라이트 게임 시장을 꽤 빼앗아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Ouya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그동안 숨겨져있던 게이머들의 욕구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소셜/모바일 게임 붐에 묻혀있던 TV 게임에 대한 향수, 여전히 개발자-friendly하지 않은 게임개발 생태계, 비싼 게임 타이틀에 대한 불만 등 사용자들의 ‘Pain point’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무서운 점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같은 금액을 VC에서 받았다면 이런 목소리들은 잡아낼 수 없었겠지요. Kickstarter 펀딩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하는 쉽지 않은 Mission이나, Ouya의 잠재력은 크다고 봅니다. 구글이 인수해서 Google TV에 붙여버릴 유인도 크죠.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유플러스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C-Games를 내놓았고, CJ헬로비전 역시 Playcast와 제휴를 맺고 케이블TV에서 게임을 제공할 예정이죠. 국내든 해외든 누가 어떤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든,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성공작을 컨버팅하는게 아니라 많은 개발자들이 모여드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모든 플랫폼이 제공하는 게임이 똑같다면 의미없는 경쟁이 될테니까요. 네트워크 환경도 변수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반응속도 문제는 결국 네트워크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소 뜬금없어보이는 통신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이 정말 스마트TV 시대를 맞아 꽃을 피우고 대중화될지, 아니면 퍼포먼스의 벽을 넘지 못해 인기없는 IPTV 부가서비스로 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콘솔을 사지 않고도 집에서 TV로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다는 것은 사용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환영할 일입니다.  TV-PC-Mobile에서 각기 다른 Experience를 제공하는 Multi-screen 게임도 더 많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실력있는 개발사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의 땅이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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